이정은(초월영성상담학회장, 음악명상 심리치유연구소장) 현대인들은 요즘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쏟아지는 메일과 SNS의 내용에 매 순간 반응하면서 오히려 상대의 즉각적인 반응이 없으면 불안해하거나 화를 내기까지 한다. 작고 소소한 일상적 이슈에 감정 기복의 편차가 크다보니 어떤 일에서도 집중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사소한 주변의 자극에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머릿속은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고, 이러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일어난다. 이러한 생각들은 몸과 마음의 고통을 만들어 내는 주범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마음의 현상들을 그저 두고 봐야만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상담자로서의 성장을 위해 20대 후반부터 마음챙김 훈련을 해오고 있다. 몇 년 전, 바쁜 일상으로 명상훈련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상과 분리된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을 기대하며 9박 10일간의 집중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하지만 때마침 증축 공사 중이라 가까이에서 포크레인이 바닥을 긁고 있었고, 돌을 자르는 기계음이 계속 되고 있었다. 9일 내내 비가 많이 내려 눅눅하고, 가축들의 악취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첫날은 <오는 날이 장날이네, 하필 이때 공사를 하다니, 거기다 비까지...> 이런 실망감, 방해받는다는 생각과 함께 불쾌감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틀 째,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하는 마음챙김 훈련을 반복할수록, 불편함을 주는 자극들에 대해 내가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은 그대로인데 내가 반응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극들은 전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이 싫어하는 자극은 당연히 불쾌한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관찰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유난히 신경을 쓰는, 즉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는 그만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더 큰 자극에도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 기술은 이처럼 싫은 것은 피하려 하고 좋은 것을 집착하여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자동적인 반응, 그리고 <과거-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멈추고 <지금 – 여기>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불필요한 반응을 줄이고, 있는 그대로 현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에서도, 먼저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일상에서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하게 남아 있다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마음챙김 훈련은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하거나 일상의 모든 순간에 깨어서 연습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종교 활동, 기도나 묵상, 경전공부 등과 같은, 이미 마음을 훈련하고 있다면 그것을 <더 깨어서> 알아차림 하면서 집중해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두고 그것을 알아차림 하는 방법, 걸으면서 걷고 있는 발의 움직임에 주의를 두는 방법, 요가나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 몸을 움직일 때도 주의를 기울여 집중과 알아차림을 연습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그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매일, 짧은 순간이라도 연습을 반복한다면, 이 경험들이 <쌓여서> 일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일상에서 깨어 있는 힘, 그리고 자신과는 무관한 자극들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는 힘, 그리고 이 고요함과 여유, 그리고 지혜를 나눌 수 있는 힘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르게 앉은 다음, 자신의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와 보자. 그리고 내가 어떻게 숨 쉬고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숨이 들어갈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갈 때, 그것을 알아차린다.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조절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3분 정도 관찰하듯이 지켜보자. 중간에 생각이 일어나거나 주의가 다른 소음 등으로 주의가 이동 할 수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와 3분 정도 유지해 보자. 아주 짧은 순간! 우리는 지금 – 여기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깨어 있음을, 현존을 경험하였다. 이렇게 매일 2회 이상은 자신을 지켜내는, 건강하게 지켜내는 순간을 가져보자.
2019-07-05이 난(자기계발 및 마음건강지킴이) 연구실에서 나랑 함께 살고 있는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을 가진 화분에서 연한 초록색 잎을 보았다. 물을 주는 내내 한참 쳐다보면서 '나무도 젊은 색깔이 참으로 이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을 향해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나는 오래 전에 올라온 진한 초록색 잎의 나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이듦에 대한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이슈들에는 나의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이슈도 있지만, 나의 마음을 불편하고 아프게 만드는 이슈도 있다. 시장에서 김밥을 팔아 장학금을 내놓은 할머니의 이야기,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 놓은 소방관, 늘 봉사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 반면 부모를 살해하는 자녀 이야기, 유•아동 성폭력과 강간 등의 사건, 보험금 받기 위한 사건에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건 등등...이렇듯 상반된 사건과 이슈들을 접하면서 문득 '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까?'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다. 그 어떤 이도 세상에 원해서 태어난 이는 없다. 부모의 원함과 원하지 않음의 결합에 의해서 세상에 태어나진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자유가 주어진 인생인데 누군가는 행복하게 사는데, 누군가는 아프게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문득 고민하다가 떠오른 생각이 '마음의 노화'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신체적 변화에 따른 노화가 진행된다. 눈의 기능도 떨어지고, 흰머리 카락도 생기고, 얼굴의 주름도 생기고.... 그런 것처럼 마음도 늙는다. 우리는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존재, 심신의 존재라고 흔히 말한다. 206개의 뼈, 650개의 근육, 심장, 콩팥, 위, 십이지장 등의 생존에 필요한 장기를 지닌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장기들만으로 구성된 존재만은 아니다. 사람에게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 그것이 바로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의 늙음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일어난다. 나이들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 능력이 떨어져 자기 고집대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든지, 공감능력이나 감정이입 능력이 사라지거나, 말을 함부로 내뱉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는 등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몸의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 운동, 영양제, 각종 보양식 등을 찾아서 옆 나라까지 가는 노력을 기꺼이 한다. 즉, 자신의 몸에 대한 투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하면서 육체적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각종 다양한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그런데 마음의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의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소홀히 한다. 그래서 마음이 팍 늙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마음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음의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여유일 것이다. 앞을 보고 전력질주하다가도 잠시 쉬어서 내가 달려온 길을 바라보며 건강하게 달려왔는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본의 아니게 남의 인생에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등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 및 이해도 필요하다. 젊은 나이는 도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도전에 늘 아픔과 상처와 실패가 뒤따르게 되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본인을 스스로 못난 사람이고,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실패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임으로 스스로 다독다독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나이듦을 무기로 내 마음대로 내 방식으로 통제하고 싶어지는데 그리 되지 않았을 때 속상해하고 억울해한다. 그럴 때에도 속상하고 억울하기보다는 이제 내가 열정을 불사르지 않아도 이 세상은 돌아가는구나를 받아들이고 내 살아온 나날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인정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나랑 더불어서 같이 살아가는 있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필요하고, 나와 너랑 같이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안목 등이 갖추어야 건강하게 노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연한 초록색 잎을 바라보면서, 젊음에 대한 부러움을 시샘하면서 나이를 돌려 청춘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나의 마음이라도 늙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9-04-29정여주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자격검정위원장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심리전공 교수 혼자 자주 울어 팔을 그어가며 분노를 삭이는 것도 말이야, 이제 더 이상 내 팔을 보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무도 고마워, 내가 내 감정에만 충실했다가는 모두가 떠날 거 알아서 숨기려 하는데 잘 안 숨겨지는 내가 어떤 기분인 걸까요. 그래서 그댄 어떤 기분이셨나요. -빈첸(VINXEN)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중에서- 이 가사는 고등래퍼2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져 데뷔를 하게 된 한 래퍼가 쓴 것이다. 이 친구를 상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랩을 들으면 그의 마음이 너무 잘 전달되어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진다. 작년부터 만나온 내담자들 중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친구들이 있다. 항상 밝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나약하고 불안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이 쭈그리고 있다. 수년 동안 공황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 약을 복용했지만, 점점 약에만 의존하게 될 뿐 마음은 더 황폐해졌다. 상담을 10회기 정도 진행하면서 회복되며 건강해진 내담자가 있어서 종결을 얘기하니, “그럼, 전 이제부터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나요. 진짜 저를 누구와 소통할 수 있나요.”라고 한다. 진짜 자기의 모습이 아닌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에 광분하는 사람들, 인격 모독 악플을 다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키워주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바로 떠나갈 사람들... 그 속에서 그나마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은 술과 도박, 그리고 성관계 뿐이다... 상담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늘 너무 스산한 그들의 마음 속 구멍이, 처절한 불안이, 그리고 절실한 외침이 가슴에 남아서 한동안 마음이 흔들리고 눈물이 머문다. 미약한 내가 그들의 마음에 함께 머무르며 공명하려 노력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요즘, 자격증 시험과 수련수첩 제출 시즌이 되고 있다. 내 제자들을 비롯하여 천명 넘는 사람들이 이번에도 자격증 준비를 위해 수퍼비전 싸인을 받고, 기관 도장을 받으러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하다보니, 도장 하나 하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모습이 지극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꼭 잘 준비해서 많은 분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상담자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그런데... 아무리 내 취업이 급하고, 승진이 급하고, 자격증이 중요하더라도... 내가 만날 내담자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것 그것만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격증 종이 한 장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아직도 자신의 진심을 깊이 소통하고 싶지만 누구도 만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는 것 같다. 자격증을 따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으니 이제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짜 자기를 만날 바로 그 사람이 우리 상담자들 한 명 한 명이 되길 바란다.
2018-06-15박제일 박사 용인대학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총무이사 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 회장 2017년에 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에서 실시한 ‘2017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의 9.7%가 당장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상태’로 나타났다. 불안의 위기수준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전체의 약 28.4%가 ‘극심한 불안상태’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5월 3일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서도 대학생의 75%가 크고 작은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제시한 2016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다. 특히 자살은 청년층의 사망원인 중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스트레스, 대인관계 문제, 학업스트레스, 대학적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는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전체 청년층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청년층의 문제에 대한 국가적 인식 및 대응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진로영역에 집중되어 왔다. 2016년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7%에 이르고 있으며 계속 증가추세라고 보고되었다. 퇴사이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이 이루어져도 조직 및 직무적응을 위해서 심리적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는 방법이 기업차원에서 대응방안으로 실시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채용, 조기퇴사로 이어지는 문제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청년들 즉, 대학생의 심리적 강인성을 높이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곳은 각 대학의 학생상담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학생상담센터의 현실은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대학생의 심리적위기를 담당하기에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1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신분의 상담자들에게 업무를 떠안기고 있다. 또한 상담자 1인당 담당하고 있는 학생 수도 3,000명에서 5,000명에 이르고 있다. 초중고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가 700명에서 1,000명에 1명씩 배치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대학상담센터의 상담자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상담실에 배정된 예산도 학생 1인당 1,000원에 못 미치는 대학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진단하기 위한 심리검사를 실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1명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명 이상의 학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학상담센터의 규모, 인력, 예산은 대학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차이가 있으며,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의지가 있더라도 대학 재정 상태에 따라 학생상담을 위한 예산투여가 어려운 대학이 있다.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할 때 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서 잘 가르치는 대학에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여왔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돌보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평가를 통해서 몇몇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학생 수에 대비해서 전체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가 지원하는 정도에 따라 대학에 대응투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는 국가 차원의 대학상담센터를 총괄하는 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중앙센터 및 거점센터가 대학상담센터의 운영을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개인 또는 학생이 소속된 기관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무책임한 일이다. 국가의 미래는 청년자원에 의해서 결정난다는 것을 명심하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출처: 본 칼럼은 내일신문(2018. 5. 9.)의 기고문을 활용하였습니다. 기사 원문 바로가기
2018-06-01권수영 박사 연세대학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부회장 (사)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 회장 병원에 가면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경청해야 한다. ‘상담’(counseling)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칼 로저스(Carl Rogers)는 환자를 ‘고객’(client)이라 부르고, 전문가가 오히려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비(非)지시적 서비스를 주창했다. 누가 뭐래도 이는 혁신적인 반전이다. 당시 로저스의 눈에는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자들 보다, 지속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더 많아 보였던 모양이다. 내겐 2018년의 대한민국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작년 3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이례적으로 정신의학 기관이 아닌, 상담 전문단체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피해자로 판정된 이들은 아산병원이 주관한 건강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정신의학적 도움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의 정신건강모니터링 사업에 신청한 피해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겨우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유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한국인 누구나 정신 질환자로 취급받은 일은 가장 꺼리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원이 발주한 심리상담 사업은 피해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신청자들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업의 신청자들은 전국 전역에 무려 1,2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사업은 우리 학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년 연말 사업을 종료하고, 즉시 2차 사업을 진행해 성공리에 마쳤다. 올해도 심리상담 사업은 지속되리라 전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로부터 보상판정을 받은 ‘진짜’ 피해자들은 의사의 약물치료 혹은 심리치료보다 상담을 절실히 원해도 전문상담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최근 한 언론은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들에 대한 설문 결과 스트레스장애(PTSD) 판정기준을 넘긴 이들이 응답자들의 76%에 달했다고 밝히고,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을 그저 환자로 여겨 정신의학 전문의들의 심리치료를 받으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신청을 할까? 국가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도 수혜자들의 거부감이 전혀 없을까? 그간 사회적 재난을 입은 국민들에게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혹자는 심리치료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에, 고가의 비용으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최근 심리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발표되면서 저비용으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임상심리사와 전문상담사들도 덩달아 자신들의 서비스도 보험혜택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전문상담사들이 의료기관 내에서의 심리치료 보험혜택을 지나치게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아무리 저비용이라고 할지라고 환자 취급을 받으며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려는 이들보다 비(非)의료기관에서 전문상담사의 질 높은 심리지원을 원할 국민들이 훨씬 많으리라 나는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전문상담사들은 의료인들이나 임상심리사들이 제공하는 심리치료와는 질적으로 다른 내담자 중심 서비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상담’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현행 법령에 파편적으로 존재하며, 연결되어 있는 정부부처는 7개 부처 이상 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법령 조항을 기준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를 통해 검색하면 최소 30개 이상의 조문이 검색된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삶에 있어서 ‘상담’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임을 반증한다. 이처럼 다양한 법령과 부처에서 ‘상담’을 다루지만, 정작 ‘상담’ 영역을 주관하는 주무부처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정부로 하여금 전 국민을 잠재적 환자로 보는 치료적인 관점을 벗어나 국민들이 언제나 편리하게 상담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체계와 컨트롤 타워를 국가중심으로 구축해야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할 이유다.
2018-05-28김인규 박사 전주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부회장 한국상담학회 학교상담학회 회장 한국상담학회는 2011년부터 JAPC(The Journal of Asia Pacific Counseling)를 발행하여 한국의 상담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담연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16년에 국제지역상담학회(KCA_IC: Korea Counseling Association -International Chapter)를 설립하여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근무하는 한인 상담자들의 교류와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해외한인상담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연인원 148명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학자 초청 강연이나 해외학술대회 참여 등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상담학회는 적극적으로 국제적 학술활동을 주도하고, 해외 한인 상담인력을 지원하며, 상담서비스의 대상을 해외거주 한인에게까지 확대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와 같은 한국상담학회의 노력은 국제사회에 한국의 상담을 알려 그 위상을 높이고, 상담학회의 국제적 활동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게 되었다. 또한 해외 한인 상담자 및 거주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고국에서 자신들을 기억하며 지원하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국제지역상담학회가 매년 미국상담학회(ACA) 연차학술대회에서 독자적인 학술발표 세션을 진행하는 것은 미국상담학회에 한국상담학회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 출신의 상담자들이 부러워하면서 따라하고 싶어 하는 일이 되었다. 또한 치앙마이 국제학교에서 한인학생들에 대한 상담서비스를 진행하였을 때 교장과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국민들을 위해 상담인력을 파견하여 활동하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전문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여러 한계가 있는 해외 한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어로 상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은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으며, 한국이 자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한국상담학회는 지금까지 수행한 국제적 활동을 더욱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적 상담 네트워크에 참여, 국제적 학술대회의 국내 유치 등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다문화 상담에 참여하는 외국 출신 상담자(결혼이주여성, 상담전공 유학생 등) 지원 방안, 남북교류 활성화 흐름 속에서 북한지역 상담서비스 제공 방안 등도 학회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상담관련 국제적 사안일 것이다. 한국상담학회와 회원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국제적 역량을 강화하여 상담의 지평을 넓힐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상담자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고 수행하는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2018-05-18오익수 박사 한국상담학회 이사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필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첫째, 아들러심리학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열등감을 보다 더 완전함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담과정에서 내담자가 불완전함을 감당할 용기(courage to be imperfect)를 갖도록 격려한다. 둘째, 아들러 심리학은 현재의 행동이 과거의 무의식적 경험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더 완전하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다는 구성적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삶은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과정에서 내담자의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기보다는 행동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동기를 수정하도록 돕는다. 셋째, 아들러 심리학은 공동체 의식 또는 사회적 관심의 발달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경쟁과 승리에 가치를 두는 사회는 좌절, 불안, 우울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아들러 심리학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역할을 찾고 서로 협력하고 공헌함으로써 자신과 공동체의 안녕을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상담과정에서 내담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예: 가정, 학교, 직장, 동료, 지역사회...)에 협력하고 공헌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이를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소속감을 갖도록 촉진한다. 위와 같은 아들러 심리학에서 본 인간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곧 출판될 예정인 「교사를 위한 아들러심리학」에 수록된 필자가 꾸며낸 이야기를 소개한다. 태초에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 떠 인간을 창조하였다. 신은 완전한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도 신처럼 완전한 존재가 될 뻔했다. 신은 인간이 자신의 복제품으로 창조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거의 완전한 존재로 창조된 인간에게서 무작위로 신체적 심리적 특정 능력을 떼어 내어 다른 인간에게 붙여 놓았다. 그리고 그 인간에게서 다른 신체적 심리적 특정 능력을 무작위로 떼어내어 또 다른 사람에게 붙어 놓았다. 이런 식으로, 태초에 창조된 각 인간은 부족함과 넘침이 서로 다른 불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신은 불완전한 인간에게 온전한 존재가 되는 지혜를 주었다. 즉,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고 이를 메꾸어 가며 보다 온전한 존재로 나아가도록 허용한 것이다. 또한 인간들이 자신의 넘침을 필요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서로 나누는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였다. 인간이 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고 공헌하면서 온전한 삶을 살게 하였다. 즉, 신은 인간으로 하여금 불완전함이 곧 인간으로서 온전함임을 알아차리고, 현재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좀 더 완전하도록 노력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우주까지 연계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계획하였다.
2018-05-06이윤희 박사 선문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자격검정 부위원장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요? 일반적으로 동서양 모두에서 3년 정도가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인지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어느 정도 받아드리고 극심한 애도의 단계가 지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영원히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믿으니까요. 영화 ‘코코’는 이러한 죽은 자에 대한 기억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의 전통 명절로 망자의 죽은 날을 기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꺼번에 죽은 자들을 기립니다. 같은 날 동시에 멕시코 전역의 거리, 공원과 가정에서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를 기리는데 사람들은 축제처럼 이날을 즐기며 죽은 자들이 1년에 한 번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습니다. 영화에서 코코는 100살에 이른 죽음을 목전에 앞둔 할머니입니다.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손자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구엘은 죽은 자의 세계에서 죽은 자의 세계에서 조차 점차 소멸되어가는 묘한 남자 헥터를 만나 함께 모험을 하게 됩니다. 헥터는 산 자의 세계에서 기억해주는 이가 없기 때문에 ‘죽은 자들의 날’에 다른 망자들처럼 산 자의 세계에 내려와 가족과 친지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영화의 종반부에 헥터가 할머니 코코의 아버지임이 밝혀지고, 산 자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헥터를 기억하고 있는 코코가 점점 죽어가면서 죽은 자의 세계의 헥터도 소멸의 위기를 맞습니다. 프로이드는 애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죽은 자를 내면에서 죽임을 통해 관계를 철회하고 구분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유대관계를 지속해나감으로써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인과의 관계를 끊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관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애도과정을 잘 다루어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고인을 기리고 기억하며 추억하는 것,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어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화 코코에서도 헥터가 그러하듯 산 자들의 세계에서 그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진정한 죽음을 맞게 되고 하나의 죽음이 완료됩니다. 하지만 산 자의 세계의 내가 망자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한 아직 죽지 않은 것이지요. 이러한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고리를 믿기 때문에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 자들의 날’의 명절을 열심히 기리면서 한편으로는 또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코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할까에 대해서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함께 이승과 저승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2018-04-20정민 박사 광주대학교 교수 광주전남상담학회장 “당신은 지금 사랑받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선뜻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부모, 가족, 친구, 연인, 주위 사람들의 사랑이 당신에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으며 나의 삶은 행복하다고 느끼게 할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란 생명을 주는 것이며, 개인의 생명력을 증대시키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존재를 밝힐 수 없으며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사랑하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랑만큼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심리학자 아론은 사랑에 대해 연구하다가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방법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아론의 연구는 간단합니다. 서로 잘 모르는 남녀가 실험실로 들어와 마주 보고 앉아서 준비된 36개의 질문을 주고받습니다. 질문이 끝나면 둘은 서로의 눈을 4분간 침묵 속에서 바라봅니다. 실험의 조건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 참가한 두 사람이 첫 만남 이후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아론은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은 별개의 과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내담자들은 정말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난 내담자들은 부모님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아이, 친구들의 우정에 목마른 청소년, 서로에게 지지와 격려를 바라는 부부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들을 만나면서 누군가가 이들을 정말 사랑해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나는 지금 충분히 사랑받고 있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아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담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사랑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내담자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경험하여 에너지를 채우고 현실에서 삶을 보다 적응적이고 능동적으로 살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더 큰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나의 가족을 사랑하고, 나의 친구를 사랑하고, 나의 연인, 나의 학생들과 내담자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나의 사랑의 마음을 작은 행동들로 표현할 때 더 큰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내담자들 역시 타인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관심을 표현해서 나눌 때 더 큰 변화가 일어남을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프롬의 말처럼 사랑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사랑을 주기 위해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해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랑을 나누고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면 서로에 대해 느꼈던 사랑을 지속하게 되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사랑받고 있습니까?
2018-04-16김용임 회장 (사)한국상담학회 전북상담학회장 김용임심리상담센터 소장 4월, 천지에 봄꽃이 화사하다. 아직 찬바람 부는 지난 3월에도 새싹을 틔우고 꽃을 준비하던 나무들은,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 섬세하게 봄을 알아챘던 게 아닐까. 사계절이 각각 그 특색이 뚜렷하나 한 계절만이 지속되기를 고집하지 않고, 때가 되면 아무도 모르게 물러난다. 꽃은 가지에 영원히 매달려 있기를 고집하지 않고, 때가 되면 고요히 홀로 천연스레 진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꽃은 정말 알고 있는 걸까? 고요하면서도 기미를 알아차리며, 자기만의 때를 주장하지 않고 안개처럼 물러나는 자연. 추위와 더위, 폭우와 가뭄, 녹음과 앙상한 가지, 그 모든 게 다 나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우리가 자연 속에 거할 수 있었으리라. 우리의 삶에도 가끔은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있고, 때때로 폭우와 태풍이 불기에 더 아름다움이 있는 게 아닐는지. 내가 내 삶의 봄만을 고집하지 않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도 다 수용하며, 그때그때 미세한 변화의 기미를 알아차리고 때에 맞게 준비하여 살아낸다면, 나 자신도 그대로 자연의 일부분이 되고, 내 주변도 쉴만한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찍이 옛 철인은 중용에서, 희노애락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미발)를 중(中)이라 하고, 발현되어(이발) 상황이 절도에 맞는 걸 화(和)라고 하며, 중과 화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자리를 바르게 잡고 만물이 잘 자라게 된다 하였다(1장 천명장). 자연의 원리를 설명한 이 가르침을 소우주인 인간에 적용한다면, 중과 화는 징커(Zinker)의 ‘알아차림-접촉 주기’의 여섯 단계 중 ‘물러남’과 ‘알아차림’에 해당하지 않을까? 일체의 욕구가 해소되어 배경으로 물러나 심신은 평온하고 어떠한 ‘X’도 의식에 없는 적적 성성한 마음 상태가 바로 ‘중’이며, 안과 밖으로 부터의 자극에 의해 감각이 발생하고 그 결과 ‘X’에 대해 적절한 의식이 출현하는 상태가 바로 ‘화’에 해당 되리라. 그런데 철인은 때에 맞추어 중을 실천 하여야지(時中) 아무 때나 기탄없이 해서는 안 된다 하였으며(2장 시중장),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때에 맞추는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먹고 마시지 않는 자 없으나 맛을 제대로 아는 자는 드물다고 탄식하였다(4장 지미장). 중용이 중심을 지키는 정적 행위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절도를 유지 하는 일이기에, 지금여기의 상태를 끊임없이 알아차리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 일 것이다. 그러니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에도 그 맛을 온전히 알아차려야 한다 하지 않았을까? 때를 맞추지 않으면 지금여기에 있으면서도 그때거기에 머무르게 되어, 지금여기의 욕구를 그때거기의 의미행위로 해결하려 할 테니, 결국 게슈탈트는 해소되지 못하고 회귀할 수밖에 없으리라. 기억과 개념에 의존해 ‘아는’ 세상은 이미 과거로서 죽은 세상일뿐, 연비어약의 생생약동 하는 세상은 지금여기의 현상을 낚아채는 ‘알아차림’으로만이 ‘영원한 지금’으로 항상 새롭게 창조 되는 게 아닐는지. 그런데 혹시 지금 나도 지금여기에 있지 못하고 한사코 그때 거기 그것을 그대로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2018-04-06김종호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군·경·소방상담학회장 한국이고그램연구소장 (사)한국매체상담학회장 도로와 항만이 없다면 물류가 있을 수 없듯이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다음 세대들을 위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도 필요한 것이다. 그 중 긍정의 문화적 인프라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가장 으뜸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장면 둘, 우동 하나! 빨리 주세요!” 우리사회는 온통 빨리 빨리 문화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빨리 빨리 문화는 개인과 가정, 직장과 사회의 전반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상담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 아프고 염려스럽다. 천천히 쉬지 않는 발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면 우선 안전하고 편하고 지치지 않는다. 목표달성을 위한 진도가 다소 느려서 효율성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속도는 안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가 있으며 위험하지 않아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인해 사회전반의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장거리 출강을 많이 하고 있는 나로서는 약속된 시간의 한 시간 전, 후 사고(思考)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동시간을 감안하여 시작시간을 한 시간 전으로 생각하고 출발하고, 종료시간을 한 시간 후로 생각하고 다음 약속을 잡곤 한다. ‘참으로 답답하고 미련하기도 하다.’ 하겠지만 이것이 나의 삶 속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노라면 그 모임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가 있었기에 대개의 만남은 여유로웠으며, 다수의 여정은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았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수의 자녀들은 부모님의 재촉하는 성화에 몸서리를 치곤 한다. 생활습관이야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그렇다 하더라도, 학습이나 인성의 문제는 부모님 자신의 욕망이나 자존심에 의해 좌우 되어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녀 온 아이가 부모님께 자기의 이름을 기록하여 자랑을 할 때가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잘 했다고 하면 좋으련만, 본격적인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우리는 친구들 보다 뒤쳐지는 아이 자신이 더 조급하고 아쉽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부모님들이 훨씬 더 답답해하고 화를 내는 것이 현실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시간이 되어도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믿음과 확신이 있는 커플의 경우에는 걱정과 염려를 하게 될 것이고, 불신과 불만의 관계 속에 있는 경우라면 화와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연인의 관계가 이러한데 부부, 가족, 부모와 자녀, 친구와 사회 및 직장동료는 더욱 더 그러 할 것이다. 기다림은 믿음이라는 확신 또는 언제든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를 겸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사고수준이며 지적기능이다. 믿음과 확신으로 기다려 주고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장면 00개 주문합니다. 안전하게 와 주세요!” “괜찮아, 천천히 생각하면서 하면 모두 다 이해하고 잘 할 수가 있어!” “예, 좋습니다. 좀 더 고민해 보시고 다음에 다시 얘기 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이 오고 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천천히 가되 쉬지 않으면서 정해진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기다림이 있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2018-03-16조석제 박사 본 학회 NLP상담학회 회장 새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위에는 어느새 아침새들이 하나 둘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저는 사람들에게 모든 행복이 마음에 있다고 열심히 이야기하고 상담도 하고 설득도 해보고 강의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공허하게 남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알듯하면서도 늘 난해하다고 느끼는 것-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고 느껴보는것! 왜 어떤 때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어떤 원리로 밀려오는지? 왜 사람들은 소중한 인간관계들을 순간적으로 망쳐버리는지? 이런 생각을 오늘도 해 보면서 나름대로 안정된 마음으로 혼자서 물음에 답해 봅니다. 어쩌면 가장 이론적이고 형식적일수도 있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스스로 선택해서 그 주인이 되며, 행복한 감정 만들어서 스스로 즐기는 것 그것은 행복!이라고 말입니다. 얼마전 ‘감정을 선택하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감정조절의 방법을 설파했던 심리학자 크리스 코트먼과 해롤드 시니츠기의 유용한 말씀들을 함께 소개하며 오늘은 우리의 감정선택과 감정조절이야 말로 마음의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가설 아니 가설로 함께 마음 산책을 해 보고자 합니다. 그들은 열가지를 이야기 하면서 행복의 삶의 객관적 모습을 열거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대체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치유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겪는 마음의 고초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중독적인 행동을 다스리거나 최소화 할 수 있을 때 보다 큰 삶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좁은 일상에서 바라보면 소소로운 행복의 비법이며 동시에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치유의 방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행복의 감정도 내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 선택하고 그리고 나의 무의식에서 즐기고 하는 것이라면 앞에서 말한 두 심리학자들의 감정관리 공식은 나름대로 마음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원리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어떻게 문제를 조각내며 문제를 바라보는 감정들을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는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은 이해 할 수 있고,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져보면 내가 내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내 감정을 마주하면 나의 행동도 무의식수준에서 바꿀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것도 감정이 될 수도 있지만 합목적적인 행동도 될 수 있을테니까요. 모든 불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안에 파괴자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은 의식이건 무의식적이건 내자신의 허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감정조절이란 문제를 직면했을때는 ‘내가 가진 감정에너지는 한계가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내 감정의 용량을 한번 더 살펴보며 조절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곧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귀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감정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먼저 쓸 것인가? 우리가 피해야 할 감정의 모습이 나타나며 행복을 방해하는 감정의 모습도 나타나게 됩니다. 적어도 다음의 3가지의 감정생활 패턴을 피하고 멀리 할 수 있다면 행복도 더 가까이 내곁에 있을것이라는 소망을 담아봅니다. 피해야 할 감정생활 패턴이란 과거 한탄하기와 미래 걱정하기와 현재 불평하기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제조기법은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8-03-12김 상 철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진로상담학회장 153심리상담센터(포항/경주/부산)소장 김상철 부부클리닉소장 도둑이 훔치는 게 물건이라면 상담자가 훔치는 건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는 게 어디 배운 지식과 기술로 될 수 있겠는가? 마음을 훔친다는 건 결국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내담자와 분리가 아닌 진정한 一心, 통(通) 하는 게 아니겠는가? 채움과 심음이라는 교류의 과정을 통할 때 너와 내가 비로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나를 포함하여 상담자들을 보면 상담자인지 상담기술자인지 염려와 걱정이 앞 설 때가 많다. 상담을 시작한지 어언20여년, 시작할 때는 호기심과 열정하나로 내담자를 대하였으며, 자그마한 문제라도 건지려고 머리를 굴렀다면, 지금의 나는 내담자의 문제보다, 나는 진정한 상담자인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상담학박사를 취득하고 현장에서 수년째, 상담을 하고 있는 어느 상담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은 상담을 하면서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었다라는 말을 듣고,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장자의 덕충부’편에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맑은 물과 고요한 물이라는 말로,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마음을 의미한다. 상담자도 인간이기에 갈등, 후회, 욕심, 열등감, 시기, 초조함 등이 나의 마음을 지배하므로 명경지수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유래는 춘추시대 노나라의 왕태라는 사람은 죄를 짓고 형벌을 받아 다리하나를 잃었고, 외모는 볼품이 없었는데도, 학문이 높고 성품이 인자해 공자와 비견 할 정도로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공자의 제자 상계가 못마땅하게 여기며 공자에게 “스승님 왕태라는 사람은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것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다음과 대답했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고자 할 때 흐르는 물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 있는데, 왕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니라. 왕태는 감정이나 쾌락에 이끌리지 않고 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에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많고, 그들이 하나같이 올바른 가르침을 얻는 것이니라.” 35년전 신학을 공부할 때 노교수님께서 하신 말 씀 가운데 지금도 늘 내 마음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열심히 공부를 하되 다 배운 뒤에는 이론을 버려야 한다고, 그래야 진정한 자기의 색깔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담이라는 학문이 거의 대부분 우리의 것이 아닌 서양학문으로, 공부를 할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내 몸에 맞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옷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다시 수년째 동양고전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전에는 관심분야가 나가 아닌 주로 타인, 사물, 환경, 소유, 세상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끊임없이 나를 찾고 나를 다듬어(修心)가기위해 공부하고 있다. 한 사람을 상담하더라도 나의 혼신을 다하여 머리가 아닌 마음(心眼)으로 다가가기 위하여 오늘도 몸부림치고 있다.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왈 학이불사즉망하고 사이불학즉태니라(子曰 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생각하는 상담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먼저 자신의 통찰(洞察)을 위해서 항상 수행(修行)하는 자세로 성장하는 상담자가 되었으면 한다. 디지털시대에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한번쯤 아날로그적 사고와 삶으로 고민해봤으면 한다. 바쁘게 쫒기면서 산다는 건 그만큼 일이 많고, 수입이 많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상담자은 명예와 소유에 가치를 두는 것 보다 존재의 가치를 두고, 자신은 신으로부터 상담자라는 사명의 부름을 받은 자세로 누가 자신을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던, 연연하지 않고 상담에 최고의 행복가치를 두고 서두르지 않고 오늘도 황소걸음으로 뚜벅 뚜벅 걸어갔으면 한다.
2018-03-05손은령 박사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본 학회 생애개발상담학회 회장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함에 따라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났다. 고령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자신의 삶 전반을 어떻게 관리하고 개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기와 청년기에 학습한 내용을 중·장년기에 활용하여 돈을 벌고 은퇴한 이후에 자식들에게 의탁하여 말년을 맞이하는 도식화된 삶이 이제는 거의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직업세계 또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으며,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번의 직업 전환과 그에 따른 역할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새 시대에 걸맞은 인간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국에서 경험한 바 있듯이,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요구를 대략 다음의 6가지로 간단히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우선 자기주도적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신이 가진 자원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개발하고 그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셋째, 인생 전반에 걸쳐 자주 경험하게 될 실패를 잘 견디며 좌절을 딛고 새롭게 도전해 가면서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넷째, 전생애에 걸쳐 진로발달을 해 나가고 생애를 현명하게 설계하고 구성해야 한다. 다섯째, 자기 마음을 잘 헤아려 다스리고 관리해야 한다. 여섯째, 실존적인 삶을 살면서 혼자 그리고 더불어 함께하는 방법을 알고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상담자들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잘 대처하면서 지혜롭게 생애를 개발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내담자들의 생애개발을 효과적으로 조력할 수 있는 상담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생애개발은 우리 자신의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대상자를 위한 영역이라는 이중의 의미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생애개발이란 무슨 의미인가? 생애개발(Life Development)이란 말은 진로발달(Career Development)과 유사한 뜻을 갖고 있다. 인생(Life)이란 말 속에 숨겨진 ‘if’처럼 많은 우연과 기회가 생애 전반에 걸쳐 숨어있고,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의미를 붙이는지에 따라 인생 경로가 달라진다. 따라서 인생 전반에 걸쳐 개인의 진로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담당하는 심리적, 사회적 영역의 기능 정도와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가치 있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삶을 운영해 나가면 지혜로운 생애개발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생애개발상담은 전인적인 발달 모형에 기반하여 생애설계를 지원해 주는 상담을 의미한다. 인간의 잠재력 개발, 삶의 만족, 웰빙에 가치를 두고 조력하는 상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생애적 관점에서 학습·일·여가의 균형 잡힌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삶의 질과 만족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상담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생애개발자임과 동시에 생애개발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6가지 시대적 요구사항에 따라 학습상담 역량, 격려상담 및 강점상담, 스트레스 관리 상담, 진로상담, 심리교육상담, 사회정의 및 옹호 상담 역량을 계발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 생애개발상담의 주요 영역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평생학습 영역이고, 두 번째는 일과 재정 영역, 세 번째는 건강과 여가 영역이다. 우리는 평생학습상담을 실행하기 위해서 연령대별 학습설계를 지원해 주고 문제해결을 격려해 줄 수 있는 상담 이론과 기법을 익혀야 한다. 일과 재정 영역의 상담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로심리학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전환기 및 노년기의 삶을 이해하고 일과 재정의 균형 잡힌 계획과 실천을 조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웰빙을 높이기 위한 건강 및 영양관리 및 여가개발, 스트레스 관리 기법과 이론을 알아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상담자들은 앞서 제시한 영역들에 대한 이론이나 실천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늦었다고 통탄하기 보다는 상담자인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내담자를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채워나가야 한다. 단순히 지식적인 축적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혜로운 생애개발자로 성장하고 있나? 일과 여가의 균형잡힌 삶을 만들고 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2018-01-22하 창 순 건양대학교 대우교수 (사) 한국상담학회 교정상담학회 회장 현대 사회현상은 매우 다양화되고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여러 환경의 변화가 우리를 어려움과 문제에 부딪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으로 때때로 많은 사람들은 작고, 크게 심리적인 충격으로 건강한 자아를 지켜내기에 힘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상담의 현장에서 내담자들 문제 양상도 달라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영향으로 “상담”이라는 용어가 활성화 되면서 “상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보편화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상담전문가는 “상담이 심리적인 문제나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 실시하는 활동으로 상담사가 전문적인 입장에서 조언, 지도를 하거나 공감적인 이해를 보여 심리적 상호 교류를 함으로써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심리적 성장을 돕는 것이다.” 라는 명제를 실행하는 전문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전문상담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사 자신이 상담도구가 되어 활동을 하는 특수한 전문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전문상담사는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 책임감이 부여되고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전문상담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상담이론과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의 습득과, 내담자의 변화유발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 내담자 호소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등을 명료화하고 구체화 하여 내담자가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힘을 찾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할 때 전문상담사의 전문적인 역량에 따라서 내담자의 변화에 대한 촉진적 역할의 효과는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전문상담사는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과 역량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상담사는 다양한 내담자의 특성에 쉽게 지치고, 전혀 예기치 않은 사례에서 상담사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에 많이 번 아웃된다. 이렇게 상담사가 상담도구로서 전문성을 실시하여야하는 상담의 특수한 역할은 상담사 자신이 잘 연마된 전문성과 상담사의 심리적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상담사들은 자격증 취득 과정을 거치면서 주어진 수련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교육을 받고 배운다. 이때 익힌 여러 기법과 전략들을 사용하여 전문성을 실행하지만 막막한 순간을 수없이 느끼게 된다. 이러한 때에도 상담사가 전문가로서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스스로 심리적인 건강을 지키고 도전정신을 가져야한다는 의무도 있다. 그러므로 상담사는 자신의 심리적 건강과 전문적 성장을 위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과 역량을 인식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굳건하게 내면화하는 수련의 시간을 쉼 없이 가져야 한다. 또한 상담사들은 자신의 활동분야에 있어서 최신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연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해야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전문가로서 능력과 효율성에 대한 스스로 자기평가에 대한 부분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 상담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재교육의 기회를 스스로 찾아서 전문적 기능을 활성화 하여 상담을 진행 하는 능동적인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상담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도 전문적인 상담사로서의 성숙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2017-12-22장현덕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군상담학회 회장 아라상담연구소 소장 삶 속에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힘이 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는 현상을 경험하곤 합니다. 또 상담 장면에서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내담자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뇌 과학자들은 뇌에 어떤 자극이 오면 그 자극이 신경세포에 전달되고, 전달받은 자극은 서로 미세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뉴런이 시냅스를 통하여 흥분으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이 시냅스 연결은 뇌에 수많은 회로를 만들어 내고, 생각이 어느 방향으로 한번 가면 그 방향으로 익숙한 길을 내게 되는데, 매번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 생각의 방향으로 뇌에 길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자극을 받을 때 생각은 이미 나 있는 길로 쉽게 흐르게 되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길로 생각이 흐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길로 생각이 흐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생각은 뇌신경의 작용으로 그 사람의 감정과 몸의 상태를 만들고 그에 따라 행동이 나타나게 됩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라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동네아이들과 시냇가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을 번한 일을 경험하고 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으로 물 가까이에 가는 것을 싫어했고 소풍이나 여행, 대학 때 MT를 가서도 물가에 있는 것을 피해야 했습니다. 혹시 물놀이 하는 친구들이 나를 물로 밀어 넣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 이었지요. 그렇게 물이나 물놀이와 관련된 곳이면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피해 다니는 삶을 30년 이상 살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전공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중에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수영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물도 많이 먹고, 물속에 있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나면서 서서히 물에 적응하게 되었고, 자유형, 평형, 접형을 배우면서 물에 대한 두려운 생각은 사라지고, 수영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수영을 즐기며 물을 좋아하게 되었고, 여름이면 계곡이나 바닷가를 자주 찾는 삶으로 변화 되었답니다. 우리가 하는 생각은 자신의 뇌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뇌는 그 생각에 합당한 호르몬을 분비해서 몸의 상태를 만들거나 행동하게 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몸에 좋지 않은 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서 기운이 떨어지거나 우울감에 빠지게 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머리에서 마음대로 떠도는 생각을 통제하여 부정적인 생각은 분리해서 객관화 하거나 둔감화 시키고, 긍정적인 생각은 연합해서 강화해 가야 합니다. 특히 부정적이고 악한 생각은 더 강한 자극과 반응을 일으켜서 뇌에 쉽게 길을 낼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몸과 영혼을 파멸로 이끌어가게 합니다. 우리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서는 상담자의 도움을 통한 생각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절제하지 않으면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생산해서 부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뇌 속에 있는 부정적인 경로를 변화시키면 생각과 습관, 성격도 변화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말과 생각은 자신의 뇌가 가장 먼저 듣고 작동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생각과 언어 사용으로 우리의 마음과 신체의 건강을 잘 관리 합시다. 지금 여러분에게 상담자로서 바꿔야할 비합리적인 생각은 없는지 돌아보고 부정적인 생각은 분리하셔서 마음의 평안을 찾으시고, 긍정적인 생각은 연합하셔서 기쁨이 배가되는 행복한 연말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2017-12-15이 선 화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초월영성상담학회 회장 우리들심리상담센터 소장 우리의 시선이 외부를 향하는 동안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자동적이다. 그 눈을 감고 시선을 내면으로 행하게 할 때 자신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 벽에 비춰진 그림자를 진실로 알고 살아온 사슬에 묶인 사람들은 그림자놀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진실을 보려는 용기 있는 사람도 오래 동안 익숙하게 한 몸이 되어온 사슬을 벗어 던지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고, 어쩌다 사슬을 벗어던지게 된 운 좋은 사람이 진실을 만난다 해도 생경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혼자 밖에 나와 있는 고독한 외로움과 찬 시선이 두렵다. 그러다가 처음 사슬에 묶였던 그 동굴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 만큼 성장의 길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그 너머로 가고자하는 성장 본능을 가지고 있다. 지혜를 사랑한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문답법으로 무지를 자각시키고 올바른 앎에 이르게 했다. 문답법은 스스로 재검토하고 성찰하게 하는 자기탐구로 안내한다. 일상에서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선불교와 힌두교 스승의 가르침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선불교의 간화선은 화두를 보고 체험하고 그 자체가 되는 과정이며, 참나와 함께한다는 의미의 삿상은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게 하면서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에 전환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서 이 모두 대상을 영적변형으로 안내한다. 심리적 성장 너 머 영적 성장을 이루고자 12세기에 일부 여성들이 베긴 공동체를 만들어 영적생활을 시작했던 역사가 있었다. 비천한 신분의 여성들을 수행자로 인정하기 어려웠던 그 시대에 그들의 혁신적 생활 양식은 무례하게 받아들여져 이단시되어 마그리트 포레트처럼 신과 영혼의 합일을 추구하던 자는 한 권의 책을 발표한 후 화형되기도 했고, 힐데가르트, 메히틸트 등 수세기후 복권되고 수년전 교회의 스승으로 인정되기도 했으나 그 시절에는 이상한 수행자들이었다. 그 어려운 시절에 기독교 목자이자 불교현자, 신플라톤주의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인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대상으로서 신학이 아닌 신과의 합일을 강조한 신학자로 영적추구의 길을 이끌었다. 엑카르트의 신성합일은 초탈과 돌파로 경험된다. 초탈은 모든 외적사물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며, 비우고 자유로워진 순수한 그대로가 되는 것이다. 초탈한 순수한 영혼은 아무것도 구할 것이 없기에 모든 기도로부터 자유롭다. 무심의 경지와 같이 외부환경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잠그고 지키는 내적차단, 영혼이 잡다한 사물과 상들에 분산되어 자기 해체에 이르지 않도록 무념무상의 내면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초탈에 이른다. 그리고 초탈의 극치는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대상으로서 신조차도 해체되고 기존 지식의 알려진 개념들을 돌파하여 완전히 하나 되는 경험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의 영혼이 초탈과 돌파를 통해 모든 상을 버리고 순수를 회복할 때 신의 소리를 듣고 거듭 태어난다. 이 과정처럼 영적 성장은 어려운 일이지만, 세상에서 상담자는 끊임없이 더 훌륭하기를 요구받으므로 성장에 대한 추구는 필연적이다. 그래도 상담자들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 보다 인격적으로 더 훌륭하고, 그래서 다른 분야보다 존경받는 선생님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도 그 시대에 가장 존경받던 스승님을 처음 만났던 그 나이가 되어간다. 스승을 조금이라도 닮아 지혜로워지고자 서툰 담금질을 해왔고, 그 분들의 오류를 통해 스스로는 답습하지 않을 만큼 지혜로워졌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 분들이 가신 길 그 너 머, 아직 가지 않은 길로 가고자,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자 눈을 감고 시선을 내면으로 향해볼 필요가 있다.
2017-12-03최승애 박사 (사)한국상담학회 집단상담학회 회장 포항공과대학 상담교수 최승애심리상담센터소장 포항에 지진이 발생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자연 재난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재난으로 변형되고 있다. 가옥과 건물 피해로 인한 이재민이 발생하여 대피생활을 하게 되고 도시재건과 복구비용이 엄청난 상황이다. 다행이라면 인명 피해가 많지 않았고 긴급하고 심각한 의료적 처치가 요구되는 상황이 비교적 적었다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진 외상(Trauma)을 경험한 사람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어떤 충격적인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 그 후유증으로 1개월 이상 다양한 부적응적 증상들이 재경험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로서는 포항의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PTSD와 주요 증상이 동등하기는 하지만 증상기간이 3일 이상 1개월 이내로 짧은 경우에 해당되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 ASD)로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시점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중앙재난안전 대책본부의 재난정신건강지원 인력으로 투입되어 요구받는 주요 활동은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이다. 일반적으로 재난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별한 개입이 없이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회복한다. 하지만 재난 초기에는 예기치 못한 외상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후유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즉각적인 요구에 초점을 맞추어 실질적인 문제해결 중심으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 존중, 안전, 인권 존중의 정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심리적 응급처치는 치료적 목적을 갖고 있지 않고 기본적으로 심리학적 접근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담심리 전문가들의 상담이론이나 상담기술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심리적 응급처치의 주요활동은 다음의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의 경우, 일정 간격으로 상태를 재확인 하였는가? 생존자와 첫 대면을 할 때, 자신의 소속, 자격, 이름, 역할, 방문 목적을 명확하게 언급하였는가? 생존자에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허락을 구하였는가? 생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성함, 호칭)를 질문하였는가? 현재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였는가? 생존자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생존자의 기본 인적 사항을 질문하였는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질문하였는가?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조금 후에 다시 물어볼 수도 있고 필요할 것을 미리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이 어찌되었는지 질문하였는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만한 것(현장에서 필요한 구조관련 정보, 필요시 휴지나 물, 음료 등)을 제공하였는가? 생존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호응을 하면서 경청하고 있음을 전달하였는가? 생존자의 심정을 잘 헤아리며 공감적으로 반응하였는가? 생존자가 찾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성함, 인상착의 등)를 질문하였는가? 생존자에게 현장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한 부분(예: 신속하게 대피하신 것은~, 도움을 요청한 것은~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은~ 등)에 대해서 칭찬이나 피드백을 제공하였는가? 한동안 충격으로 멍하게 되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피해자들에게는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상담원과 함께 주변을 걸으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자각하게 도와주거나, 들숨과 날숨을 최대한 천천히 반복하며 이완을 하거나, 생년월일이 언제인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지금이 몇 월인지, 무슨 요일인지, 지금 눈앞에 보이는 물건 3가지, 지금 들리는 소리 3가지,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신체 감각 3가지 등을 질문하는 착지(grounding) 기법이 공포와 충격으로 혼란된 내면세계로부터 벗어나 이제는 안전한 사람과 안전한 곳에 있다는 현실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그 이상의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고, 심리적 고통이 극심하거나 기능저하를 나타내는 피해자들에 대해서 보다 효과적인 심리치료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회원들이 재난발생 1개월이 지난 후, PTSD를 경험하는 피해자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진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도 달리 전혀 예측을 못하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당할 뿐 아니라 여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이제 다 지나갔다.’는 안전한 현실을 갖기가 어렵기에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 혹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등의 부정적 트라우마적 신념을 내려놓고 안전과 안정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의 충격적인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꿈에 나타나기도 하며, 사건과 관련한 유사한 단서들을 접하게 되면 그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 같은 행동이나 느낌이 지속되어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초래되는 침투증상(intrusion symptom)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또한 지진과 관련되는 생각, 느낌, 대화를 피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거나 외상이 회상되는 행동, 장소나 사람을 피하게 되며, 감정이 무뎌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리감과 이질감을 느끼고, 미래가 단축된 느낌을 가지며, 중요한 활동에 대한 흥미가 크게 저하되는 회피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작은 흔들림이나 이상할 것도 없는 소음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예민해지며 짜증과 분노를 경험하며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든 뛰어나갈 수 있도록 사무실에서 신발을 신고 근무하기도 하며 시간이 걸리는 긴 샤워를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잠을 아예 못 자거나, 밤새 뒤척이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했던 때에 어디에 있었느냐, 어땠느냐, 어떻게 피했느냐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원하지 않고 질문하면 짜증을 내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집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라도 살고 있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 지역에 있는 친척집으로 대피하여 직장이나 학교 등을 멀리서 다니거나, 추운 날씨 속에서 의식주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꺼내오기 위해 잠시 집으로 들어갈 때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쉬기 어려운 것 같은 과호흡 증상이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지진 외상사건을 당한 후에 자신, 타인, 세상을 불신하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거나 공포, 불안, 분노, 자책, 등의 부정적인 정서 상태 등이 나타나는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인 변화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걱정하는 친척들의 연락이나 지원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조차 ‘그들은 이런 일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내 심정이나 상황을 모를 것’이라고 여기며 거리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빈 손으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나’하는 염려에 압도되기도 한다. 어린 자녀를 걱정하는 젊은 어머니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란 상태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하다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를 낳지 않았어야 하는데’라는 지나친 자책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신앙을 가지고 평소 안정된 모습으로 지내던 어떤 사람은 ‘바로 이웃 동네에는 피해가 심각하지만 절대자가 내가 있는 곳은 지켜주셨구나. 하지만 나를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나를 지켜야 되는데’ 하는 생각에 무기력을 호소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 많은 장소에서 내가 사는 곳에 직접적으로 지진피해가 있는 것은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야’하는 생각에 두려움과 분노를 경험하기도 한다. 지진의 외상적 사건은 나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 영향을 주면서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로 다가온다. 더 이상 안전하고 안락함을 누리는 삶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기에 감사도 많아지겠지만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와 상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예술적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그림을 거실 벽에 기대어 놓는 행위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임시 상담소를 설치하고, 그 곳에서 상담 및 심리 치료적 도움을 제공하고자 하여도, 피해자들은 상담을 받을 정신적 여유가 없이 두문불출하고 있거나 자발적으로 심리적 도움을 청할 여력이 없기 쉽다. 찾아가는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물론 찾아가도 어떤 사람들은 ‘말을 시키지 마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를 가만히 좀 놔두길 바란다.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시거나 이런 이야기조차 하지 않고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시기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물질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주변에 있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사람들은 ‘내가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다시 안전하다’, ‘살아있기만 하면 먹을 것 입을 것 잠 잘 곳이 제공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구나. 살아보자’, ‘상담자와 이야기를 하고나니 멍하던 마음이 깨어나고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겠고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생각이 살아가는 데 별로 좋지 않구나’ 등의 새로운 긍정적 신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받게 됨도 알았다. 재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병리를 가진 사람으로 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무력하고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섣부르게 “희망을 가지세요.” 라는 말을 건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이 위기를 잘 넘기고 다시 안정을 찾고 새롭게 힘을 내고자하는 희망의 마음이 생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상담자, 우리가 도울 수 있다.
2017-11-24김 정 진 박사 상지대학교 초빙교수 법학박사 /상담심리학박사 (사)한국상담학회 법무위원장 (사)한국상담진흥협회 법무위원장 친애하고 존경하는 상담인 여러분들께 여쭈어봅니다. ‘사회서비스 공단’ 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습니까? 들어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언제, 어디에서 들어 보셨습니까? 혹시 그곳이 우리 상담인들만의 모임 장소이었습니까? 아울러, 대한민국에 조만간 대통령님의 선거공약사항 이행으로 ‘사회서비스 공단’이 설립된다는 것은 알고 계셨습니까? 그 기본적인 내용은 무엇이며, 우리 상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을 위해 어느 전문가 교수님(사회복지)의 연구가 그동안 매우 깊이 또 상당히 진척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계셨습니까? 이제 이 분야 연구단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고, 각계에서 공청회 성격의 포럼이(첫번째 포럼의 실시를 필자는 몰랐고, 주변의 대부분의 상담인들께서도 모르고 지났다고 들었고 이번에 두번째 포럼) 조만간 실시된다고 합니다. 최근 실시된 국회의 국감 대정부 질의에서 어느 국회의원께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다.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왜 ‘사회서비스 공단‘을 만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현장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추진계획을 재검토 내지는 대폭 수정해야 할 것” 이라는 우려의 발언을 하고 있고, 한편, 또 다른 어느 국회의원께서는 국회 정론관에서 ‘사회서비스 공단’ 예산반영과 공공돌봄 확대를 요구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여기 참여한 단체는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공익인권법공단, 보건복지자원연구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4개 단체들 이었습니다. 우리 상담은 공식적으로는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 보건복지부는 대통령공약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공약을 깨고 ‘사회서비스 진흥원 설립’ 계획안을 비공개로 제출하여 관계자로부터 복지부가 스스로 대통령의 약속을 파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각양의 여건에서도 다행히 상담계의 중진 분들께서 이러한 제반 흐름의 사항들을 접하고 해당 분야 책임 연구교수진을 만나 ‘사회서비스 공단’ 이곳이야말로 상담이 사회서비스의 한 축으로 같이 더불어 함께 나아가야 함을 설파 · 이해 · 설득하여 이번에 우리 상담인들이 집권여당의 대표의원님과 국회보건복지위원장님을 위시한 국회의원님들을 모시고 금명간에 국회에서 실시하는 제2회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따른 상담정책 탐색을 통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나가시며 상담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많은 노력을 하시는 분들께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필자가 최근 받은 초청장 내용은 “최근 변해가는 사회의 양상에 발맞추어 국민들의 심리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법이 모색되고 있으니, 이에 앞으로 예정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따른 상담서비스가 사회서비스로서 전 국가적으로 전문적이고 안정적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포럼)를 마련하였으니 참석을 바란다.” 아울러 이번 정부 주력 복지사업인 ‘사회서비스 공단 사업’에 우리 상담전문가들이 적절한 처우와 임금을 받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포럼에 많이 참석해서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시키자는 요지입니다. 이제는 우리 상담계도 학문과 상담현장에서의 내실을 기함도 중요하지만, 현대와 같이 정보화되고 격변하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 위치 찾기의 세상에서는 필요에 따라 정치적인 흐름과 더 넓은 미래의 세상을 내다보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무적인 감각으로 판단하고 순발력 있게 바로 선 기치아래 일치단결하여 뭉치고 힘을 보태어 우리의 하나된 목소리를 내고 또 필요할 때는 그런 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언젠가처럼 대국민 정신건강증진관련법이 정작 우리 상담계가 빠진 사이에 만들어지고 있었고 뒤늦게 이를 인지한 당시의 상담계에서 우리 상담도 대국민서비스의 당연한 한 축으로 가야함을 주장하고 합류를 힘들게 노력했던 기억을 새삼스럽게 떠 올리며 최근 상담사법 제정을 위한 10만명 서명운동의 뜨거운 열기를 지켜보며 이렇게 생각 해 봅니다. “언젠가는 누군가 해야 될 바른 일이라면 지금 우리가 나 스스로 사명감을 가지고 상담계의 발전을 위하여 조금씩 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지금 이 때임을 자각하여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상담인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가 먼저 앞서 나아가야 할 때라고 ……”
2017-11-19박승민 박사 숭실대학교 교수 (사) 한국상담학회 통합학술 및 사례연구위원장 이전(2016년 10월)에 게재하였던 칼럼에서, 필자는 상담사가 전인적으로 자신을 잘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내담자를 보다 잘 돕고 상담사로서 전문성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나누었다. 이번에는 간접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자기돌봄의 중요한 일환이 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담사들은 복잡다단하고 다양한 문제를 상담실에 가지고 오는 내담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내담자들이 겪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 동반자, 가정방문 상담사 등 소위 ‘찾아가는 상담’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헌신하고 있는 상담사, 가정폭력 등 폭력이슈를 상담하는 상담사들은 내담자들이 마주치는 트라우마에 함께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우리가 직업 특성상 상처입고 고통 받는 내담자들을 전문적으로 돕는 가치로운 일을 하지만, 다양한 트라우마(최근에는 갈수록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트라우마의 내용 및 강도가 심해져 가는 것 같다)에 함께 노출되면 될 수록, 상담회기 이후에 내담자들이 경험하는 것과 유사한 트라우마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간과했다가는 그 트라우마들이 상담사 자신에게도 영향이 축적되어, 전문성 발휘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상담사의 개인적 안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DSM-5(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에서는 외상사건을 ‘실제적,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태, 또는 개인의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사건을 본인이 직접 경험했거나 타인에게 일어난 것을 목격한 경우, 그리고 그로 인해 극심한 공포, 무력감, 두려움 등의 감정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직접 겪은 외상사건 뿐 아니라, 외상사건을 목격하거나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에도 그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무력감과 두려움, 불안과 공포 등의 감정 역시 외상경험으로 확장시켜 정의내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담자 또한 내담자가 겪고 있는 외상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른 간접외상(indirect trauma) 또는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 Gottfried(2010)는 기존의 연구들을 망라하여 ‘간접 외상 증상모델(indirect trauma syndrome model)’을 제시하였다. 이 모델에서는 간접외상을 대리외상과 이차적 외상스트레스가 통합된 측면으로 보았으며, 전형적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즉 ①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충격적인 영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침투(intrusion), ② 외상충격을 연상시키는 자극에 대한 회피(avoidance), ③ 각성(arousal)과 반응성의 변화, ④ 외상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 측면의 부정적 변화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상담사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간접외상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돌볼 수 있을까? 다양한 트라우마 치료 접근을 상담사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는 방안도 가능하겠으나, 필자는 그 전에 다음의 두 가지를 먼저 성찰해 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첫째는, 상담사 자신이 얼마나 정서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진행된 간접외상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정서탄력성’ 요소가 간접외상을 경험한 이들의 생존과 적응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보호요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정서적 측면의 유연성이 외상에 대한 취약성과 외상으로부터의 회복에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 연구들이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상담사도 한 인간으로서 간접외상에 노출되고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상담사 스스로의 정서적 유연성에 대한 성찰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삶 전반에서 개인적, 사회적 관계, 그리고 상담사로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얼마나 정서적 유연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간이 돌아보자. 둘째는 ‘잘 털어내기’에 대한 성찰이다. ‘상담사 자신’은 매우 중요한 상담 성과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자 도구라 할 수 있다. 좋은 도구로서의 상담사는 내담자의 이야기와 어려움을 잘 담아두는 그릇으로서의 역할도 잘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 잘 비우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잘 털어내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어떤 답을 하는지 살펴보고, 만일 잘 털어내는 작업을 마땅히 하지 않았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시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만남, 상담사 동료들과의 계속적이고 지지적인 교류와 나눔, 개인적인 취미활동 또는 여행, 교육분석 받기 등... 잘 털어내는 작업은 스스로를 간접외상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자기를 돌보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정서탄력성’과 ‘잘 털어내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 상담사들이 녹록지 않은 상담 상황 속에서도 내담자를 잘 돕는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보다 오래 감당하고, 개인의 안녕을 기하는 삶 또한 무난히 살아내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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