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수기관의 책무성 : 윤리적, 전문적 상담수행의 토대

조화진 (교육연수위원회 & 한남대학교) 

“좋은 상담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길러지는가?”
이 질문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상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날, 상담 분야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나아가 전문상담사 양성에 있어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상담학회 교육연수기관의 역할과 사회적 책무성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물음이기도 하다. 상담을 교육한다는 것은 단지 이론을 숙지하거나 기술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고통을 마주하고 그 깊이에 응답할 수 있는 전인적 존재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출발점은 상담자를 길러내는 교육연수기관의 진정성 있는 운영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담자를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상담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교육연수기관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상담을 교육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수련생이 참된 존재로 형성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내담자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하는 일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내면 깊숙이 관여하는 존재이므로, 교육연수기관은 수련생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인간됨을 성찰하고 윤리적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지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를 넘어서, “상담자로서 나는 누구인가?”, “내담자의 고통에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과 훈련, 그리고 수퍼비전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또한 수퍼바이저는 단순한 지식과 기술의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고, 윤리적 덕목과 태도를 겸비한 상담자의 본보기가 됨으로써 수련생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교육연수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과 실습은 단순한 기술 훈련의 장이 아니라, 상담의 윤리와 책무성을 실제로 적용하고 실천하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연수기관은 실습과 훈련 과정 전반에 걸쳐 고지된 동의와 계약 절차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수련생과 내담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또한 수련생의 전문성 향상과 내담자의 웰빙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과정을 설계하고 성실히 운영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련생과 내담자 모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안전한 실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담자와 수련생의 비밀 보호를 철저히 준수하고, 전문적인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의 독립된 상담 공간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사생활 보호는 물론, 정서적 불편을 최소화하고 내담자의 상처를 존중하며 보듬을 수 있는 행정 및 대기 공간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셋째, 상담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를 완화하고 해결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공적 활동이다. 이 점에서 상담자는 고통받는 개인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공공의 인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상담자는 불평등, 소외, 사회적 약자의 삶과 깊이 연결된 존재이며, 이에 따라 교육연수기관은 상담자가 사회적 민감성과 사회정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긍휼한 태도를 갖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사회적 환경을 고려할 때, 트라우마, 젠더와 세대, 계층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간 갈등, 고령화와 같은 인구 변화 문제 등 복합적인 이슈들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와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상담자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품을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연수기관은 한국상담학회로부터 전문상담자 양성의 책무를 부여받은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학회의 권위와 품위를 유지하고 공적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또한 각 교육연수기관들은 학회와 상호 긴밀히 연대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상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연수기관은 사회가 요구하는 국가 공인 전문직으로서의 상담직역 정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제도 참여를 넘어, 상담자의 역할과 자격, 윤리 및 교육 기준 등에 대한 표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교육연수기관은 학회를 중심으로 한 제도적 논의에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담 전문직의 공공성 확립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한 인간의 고통과 성장에 깊이 개입하는 상담자를 양성하는 한국상담학회 교육연수기관은 전문성과 윤리성, 긍휼함과 사회적 실천 모두에 균형 있게 주목하며 이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좋은 상담자란 인간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바탕으로 전문적 역량과 윤리성을 갖춘, 실천적이며 공적인 존재로, 이러한 상담자의 탄생은 교육연수기관이 그 책무성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연수기관의 책무성은 단지 규정이나 기준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을 존엄하게, 긍휼하게, 공정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대하는 태도를 공동체 안에서 함께 배우고 실천해 가는 과정이며, 이는 곧 한 인간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